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드디어 올해 목표했던 계획 중 하나인 '국부론 완독하기'를 달성했다.
평소 꾸준히 독서를 하는편이지만 최근에 출판된 책을 읽는 것에 비해 국부론을 읽을 때는 같은 페이지를 읽어도 적어도 2배의 시간은 들었던 것 같다. 12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었다 포기했다 하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완독하고 느낀 소감은 '끝까지 참으면서 읽기를 잘했다.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과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이다.
국부론은 경제학의 시초가 된 책이지만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단순히 경제문제만을 다루는 책은 아니다. 애덤스미스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의 도덕철학과 교수였다. 애덤스미스 시대에는 도덕철학이라는 과목이 단순히 요즘 말하는 '윤리학'보다는 훨씬 더 큰 개념이었던 것 같다. 인류가 살아온 자취를 연구하는 역사학, 인간 사회의 매커니즘을 연구하는 사회학, 상업과 경제활동을 연구한 경제학, 인간의 행동심리에 대해 연구하는 심리학, 세계와 인간의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 등 요즘 말하는 사회과학분야를 총 종합한 학문이 당시 도덕철학이었던 것이다.
국부론을 읽으면서 이렇게 방대한 분야의 내용을 어떻게 한사람이 다 파악해서 쓸 수 있었는지에 대한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 (비록 표로 정리되지 않고 조잡하게 설명을 하긴 하지만) 유럽의 각 나라별 중상주의 정책을 시행했을 때 무역의 결과를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면서 자유무역의 근거로 삼고 있다. 즉, 이 책은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쓰일 수 없는 책인 것이다.
국부론은 애덤스미스가 찰스 타운센트 공작의 아들을 개인과외를 하면서 유렵 각지를 여행한 경험이 책의 밑바탕이 되었다. 또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한참 일어나고 동인도 회사, 서인도 회사의 무역확장, 아메리카 대륙과의 무역 증가 등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었고 애덤스미스는 이런 격변을 스코틀랜드 중심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유럽 여행 중에는 운이 좋게도 애덤스미스는 이 시기에 경험주의의 데이비드 흄, 중농주의의 프랑수아 케네 등 당대 훌륭한 사상가들과 의견을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 즉, 국부론은 (물론 그의 천재적인 통찰력과 함께) 애덤스미스 혼자서 만들어 냈다기보다는 그가 독서를 통해 얻은 거인의 지식과 당대 훌륭한 사상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얻은 지식이 합쳐져 만들어진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부론은 아래와 같이 총 5개의 챕터로 되어있다.
1. 노동생산력을 향상시키는 원인들과 노동생산물이 상이한 계급들 사이에 자연법칙에 따라 분배되는 질서
2. 자본의 성질, 축적, 사용
3. 각국의 상이한 국부증진 과정
4.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5. 국왕 또는 국가의 수입
이 중 첫장의 첫 번째 파트는 분업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분업은 대체 왜 생겨났는가? 많은 생산을 하기 위해서이다. 못을 만드는 공장을 예를 들면 한 사람이 못을 만드는 모든 공정을 담당한다면 하루에 400개의 못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쇠를 녹이고 망치질하며 못을 구부리는 작업을 번갈아 가면서 하는 과정 중에 시간 낭비가 생기고 모든 작업을 그저 그런 수준으로 해야 하기에 전문성이 생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못을 만드는 과정을 18개의 과정으로 나눠서 진행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못을 구부리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못을 구부리는데만 집중하면된다. 즉, 시간의 낭비가 없다. 그리고 인간은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최소한의 일을 하려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그는 같은 일을 더 쉽고 간편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효율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한 사람이 하루에 400개 밖에 만들지 못하는 못을 분업을 하면 수만 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스미스는 사람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재능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분업이 진행되면서 각자 맡을 일을 집중적으로 하다 보니 결과론적으로 재능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많은 생산을 해야되는가? 많은 생산은 결국 생산품을 받아줄 커다란 시장, 즉 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원시시대에는 시장이 크지 않기에 나 스스로 사냥을 하고 밥을 짓고 집을 지어야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은 분업에 비해 비효율적이다. 도시라는 큰 시장이 있다면 내가 못을 대량생산해 도시에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필요한 생필품과 집을 사면된다. 내가 잘하는 일에 집중을 하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도 또 모든 국민들 입장에서도 더 효율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회구조의 메커니즘은 '내가 못을 많이 만들어 집 짓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라는 이타심보다는 '최대한 싸고 품질 좋은 못을 만들어 많이 팔아 내가 더 윤택한 삶을 누려야겠다'라는 이기심에 있다. 그리고 국부론에서 말하는 이기심은 내 이익을 위해 상대의 이익을 짓밟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되겠다고 스스로 노력하는 '자애심'의 개념에 훨씬 더 가깝다.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비심에 호소하지 않고 그들의 자애심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말하지 않고 그들에게 유리함을 말한다. 거지 이외에는 아무도 전적으로 동포들의 자비심에만 의지해서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 국부론 제 1편 제2장
자 그러면 상품을 만들어 냈다고 하자. 그러면 이 상품을 구성하는 가치들은 대체 무엇일까? 상품의 가치는 지대(*), 임금, (자본) 이윤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의 본질은 결국 '노동의 크기'이다. 노동의 크기는 노동시간에 비례한다. 다만 고급 노동은 더 노동의 크기가 크다. 의사를 예를 들면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투입된다. 그래서 의사의 노동가치는 청소부의 노동가치와는 다른 것이다. (예를 든 것이지 청소부를 비하할 생각은 없다.)
농업 생산물을 생각하면 지대는 지주가 차지농에게 땅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는 일종의 불로소득이다. 지주는 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최대한의 지대를 받고자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대를 무한정 높일 경우 차지농은 농업생산물을 팔고 남은 이윤이 없을 것이며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그 차지농은 농사를 포기할 것이고 도시로 들어가 노동생산자가 될 것이다. 토지에 대한 수요가 없어지면 지주는 지대를 낮출 수밖에 없고 또 곡물값은 폭등할 것이기에 사람들이 다시 농사를 시작할 동기가 된다.
임금도 마찬가지다. 자본가는 많은 노동을 시키고 임금은 최소한으로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대와 같은 이유로 임금을 노동자의 최소생계비를 유지할 수준 이하로 주게 된다면 노동자들은 다른 일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본이윤은 어떨까? 사업가가 사업을 시작하는 동기는 이윤이 남기 때문이다. 공장을 짓고 지대를 지불하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주고 나서도 남는 돈이 있어야 투자를 할 것이다. 사업가는 이윤에 민감하기에 한 나라에서 이윤이 남지 않으면 그 자본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가게 된다.
종합하면 지대, 임금, 이윤은 각 사람들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서로 경쟁을 하다가 자연적인 조화를 이루는 지점에서 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 책을 읽으면서 '지대나 자본이나 결국 그게 그 말 아닌가? 왜 둘을 굳이 구분해 놨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부분은 신동기 교수님의 구부론, 자본론 강의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시대상이 기존 계급층인 토지를 소유한 지주와 산업혁명으로 성장한 신흥세력인 자본가의 권력 다툼이 치열했다고 한다. 현대 개념에서는 결국 토지도 자본에 속하지만 중세시대부터 이런 지주층의 영향력이 막강했으므로 따로 구분을 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다음은 상품의 각격에 대해 생각해 보자. 상품은 명목가격과 시장가격으로 구분된다. 상품의 명목가격은 상품의 생산에 투입된 노동의 총량과 동일하다. 하지만 상품은 가치 측면에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가진다. 아마포가 귀족들 사이에 유행해서 큰 교환가치를 가진다면 아마포의 시장가격은 급상승할 것이며 투입된 노동가격의 합인 명목가격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높은 수익률은 많은 경쟁자들을 불러들이며 아마포의 생산이 다시 급증하게 되면 수익률은 하락하고 아마포의 가격은 다시 일정한 가격으로 내려갈 것이다. 이 가격을 자연상태의 가격이라고 해서 '자연가격'이라고 한다. 즉,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계속 변하지만 결국에는 자연가격으로 회귀하게 된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이러한 조절을 하는 것이다.
부자의 사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보통 가난한 사람들은 연예인이 고급차를 명품을 소비하며 고급집을 샀다는 뉴스를 보면 배 아파한다. 같은 상황에 대해 애덤스미스라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경제 논리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나 위장의 크기는 동일하다. 즉,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음식을 소비하는 양의 차이는 크지 않다. 하지만 소비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이 사치품에 있어서다. 잉여의 부가 축적되면 사치품에 소비할 여력이 생긴다. 이 사치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 말인즉 사치품을 만들어 파는 과정에서 기업가는 이윤을 얻고 지주는 지대를 얻으며 많은 노동자들은 임금을 얻는다. 반면 페라리를 사는 부자 입장에서는 낭비적은 물건을 사는 것이기에 그가 얻은 효용가치 외에는 더 큰 이득은 없다. 즉, 부자가 사치를 하는 것은 오히려 고용을 창출하고 부를 분배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야 된다. (물론 나는 가난하게 사는데 누구는 명품을 소비하고 편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 배가 아픈 건 당연하다. 인간의 모순된 점이다.)
애덤스미스는 국가의 역할은 자유시장을 보호할 수준의 역할만 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즉,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국방의 역할, 자유시장에서 사람들의 사유 재산을 지키기 위한 사법 정도의 역할만 수행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잘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의 힘을 금은의 축적으로 보고 수입에는 관세를 두어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에는 장려금을 주어 수출은 장려하는 중상주의는 결국 혜택을 받는 일부 기업들만 이익을 볼 것이고 전체 국민의 부는 오히려 더 줄어들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 나라를 지키는데 쓰이는 국방비는 조세를 통해 공동으로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법 또한 마찬가지로 보았다. 그리고 개인이 투자를 하기에는 워낙 큰돈이 들어가는 도로망 건설 등 사회 간접자본 분야는 정부가 나서서 건설을 하고 이용료를 받는 식으로 하여 그 간접자본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국부론은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이 책을 완독 하게 되면 책의 부분 부분 내용 중에 따로 빼어서 아이디어를 얻을 내용들이 엄청나게 많다. 화폐의 기원과 의의, 국가의 역할, 종교의 탄생과 역사, 공교육과 사교육 비교, 장자상속제가 나라의 미친 영향, 금본위제 시대에서 금은 가치 사이의 비율변화, 식민지의 건설 동기와 진화 과정 등 하나의 챕터를 깊이 연구하면 하나의 논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이다. 국부론의 아이디어가 현대에도 자본주의를 채택한 나라의 정책 방향의 근간이 되고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자유무역과 자유방임주의는 큰 실패를 가져왔다. 아일랜드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 때 감자 수확 감소로 800만의 인구 중 200만 명이 죽어갈 때도 영국에서는 자유방임주의를 고수하며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또 20세기 초반 경제 대공황은 '보이지 않는 손'이 생각보다 잘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정도 정부의 간섭이 가미된 수정자본주의 시대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가 현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주는 것의 의미가 큰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이 책에서 유용한 내용을 전부 정리하고 싶다는 욕망이 드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포스팅도 무한정 길어지고 글을 쓰는 시간도 엄청나게 들어갈 것이다. 그래도 국부론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다른 경제 포스팅을 할 때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국부론을 비판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더 철저하게 분석했다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도 읽어 봐야겠다.
국부론을 완독 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으신 분들은 자유기업원에서 출판한 '딱 맞게 풀어쓴 국부론'을 읽어보시면 국부론의 핵심적인 내용 위주로 빠르게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니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딱 맞게 풀어쓴 국부론 - 자유기업원
올해의 독서 목표 중 하나가 성서 이래로 가장 위대한 책이라는 국부론을 완독하고 핵심내용을 요약해 서평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12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과 200년 전 시대상을 모르는 상태
gentlerich.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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