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국부론을 읽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머리를 식히고자(?) 예전에 100페이지 정도 읽고 덮어둔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다시 펼쳐서 읽게 되었다.
국부론을 읽다가 읽게 된 이 책의 아이디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이콘econ', 즉 자신의 이익을 냉철하게 계산하고 이득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사람들은 본인의 효용가치를 높이는 선택을 자발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콘'이라는 가상의 존재 때문에 우리는 경제학이 말하고자 하는 논지를 더 쉽고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국부론에서도 자유 경쟁 시장에서는 생산자가 이득을 최대한 얻기 위해 생산비는 최대한 절감하고 물건은 비싸게 팔려고 노력하게 되며 소비자도 같은 돈으로 더 많은 효용을 얻기 위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정해지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의 대부로 알려진 다니엘 카너먼은 인간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때로는 본인의 이득과는 상반된 행동을 하는 모순적인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딱 맞게 풀어쓴 국부론 - 자유기업원
올해의 독서 목표 중 하나가 성서 이래로 가장 위대한 책이라는 국부론을 완독하고 핵심내용을 요약해 서평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12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과 200년 전 시대상을 모르는 상태
gentlerich.tistory.com
아마 많은 분들이 인간은 모순된 존재라는 점에는 동의할 것 같다. 하지만 카너먼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심리학적 조사와 통계적 분석을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인간의 모순적인 행동을 법칙으로 만들어 냈다. (그 결과 그는 경제학을 배우지 않은 심리학자임에도 2002년에 노벨 경제학 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그의 '전망 이론 prospective theory'는 인간의 선택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순의 원인을 가치 함수 그래프를 통해 명쾌하게 증명하였다. 개인적으로 이 전망 이론만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도 주식 시장, 부동산 시장에서 생기는 모순적인 현상을 대부분 설명할 수 있게 되고 내가 그런 오류에 빠질 확률을 엄청나게 줄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주요 내용
두 시스템
생각의 관한 생각은 두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시스템 1과 시스템 2이다. (좀 생뚱맞은 용어인 것 같긴 하다)
시스템 1
시스템 1은 우리 뇌의 편도체가 담당하는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는 시스템이다. 차가 달려오면 피한다던지 처음 본 이성에게 몇 초만에 호감을 느끼는 것은 다 시스템 1이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1은 직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직감은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때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이런 직관적인 판단의 문제점은 오류 투성이라는 것이다. 물론 체스 챔피언이 체스를 둘 때 내리는 직감은 매우 정확하다. (이를 훈련된 직관이라고 하며 사실 이 직관이라는 것은 이미 경험한 내용을 내 뇌 속 어딘가에서 끄집어내어 즉각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에서는 시스템 1이 만들어 내는 많은 오류들을 설명하며 그런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저자는 희망한다. (하지만 카너먼 교수도 인정하듯이 훈련된 심리학자조차 시스템 1의 오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시스템 2
시스템 2는 우리의 대뇌가 담당하며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한다. 시스템 2는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때 미래 시장 전망, 원자재 가격 동향 파악 등 체계적인 분석을 맡고 있다.
다만 시스템 2는 게으르다. 그래서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시스템 1이 판단한 내용을 그대로 따르는 편이다.
아래 그림은 그 유명한 '뮐러리어 착시'를 나타내는 도형이다. 이 그림을 처음 본사람에게 어떤 직선이 더 길어 보이는지 묻는 다면 대부분 아래 직선이 더 길다고 말할 것이다. 이것은 시스템 1의 반응이다.
반면 실제로 길이를 재어보고 두 직선의 길이가 같다는 것을 판단하는 역할은 시스템 2가 담당한다.
연상 작용과 점화 효과
인간의 두뇌는 연상 작용과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데 매우 유능하다. 예를 들어 'SO_P'에서 빈칸을 채워 단어를 완성하라고 한다면 최근에 '먹다'라는 단어를 본 사람은 'SOAP(비누)'보다는 'SOUP(수프)'를 떠올릴 확률이 높다. 이를 '점화 효과 priming effect'라고 한다.
'늙다', '외롭다'라는 단어를 들은 피실험자의 걸음 속도가 평소 걸음 속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걷게 되는 것도 이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위 그림은 영국 한 대학의 사무실 주방에서 사람들은 여러 해 동안 돈을 내고 차나 커피를 마셨다. '양심 상자'에 돈을 직접 돈을 넣고 마시는 방법이었는데 벽에는 권장 가격이 붙어있었다. 가격표 옆에는 매주마다 위 사진과 같은 그림이 붙었다. 그리고 오른쪽의 도표는 각 그림별 소비된 우유 리터당 모인 금액을 표기한 것이다.
눈을 부릅뜬 사진을 붙여 놓았을 때는 꽃 그림이 붙은 주에 비해 모이는 금액이 4배 가까이 높았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림과는 상관없이 정해진 가격대로 지출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하겠듯이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누군가가 바라본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인지적 편안함
어느 이웃이 스티브를 이렇게 묘사했다. "스티브는 아주 수줍고 내성적이며 언제든 남을 돕지만 사람이나 현실 세계에 관심은 거의 없다. 온순하고 찬찬한 그는 질서와 체계를 중시하고 아주 꼼꼼한 남자다." 스티브는 사서일 확률이 높을까, 농부일 확률이 높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티브를 사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묘사한 문구 내용이 사서의 특징과 전반적으로 닮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브는 농부일 확률이 훨씬 높다. (미국기준으로) 농부의 인구가 사서의 인구보다 훨씬 많이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통계의 기저율을 무시한다. 여기서 기저율은 미국에서 농부와 사서의 인구비율이다.
기저율을 무시하는 건 사람의 두뇌는 통계에 익숙하게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와 같이 회상하기 쉬운 정도에 의지하는 어림짐작인 '회상용이성 어림짐작 availivility heuristic'이 나타난 것이다.
이 때문에 더 자주 볼수록 호감을 느끼게 되는 '단순 노출 효과 more exposure effect'가 나타나기도 한다. 단순히 어떤 사람을 더 자주 마주쳤을 뿐인데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더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내가 원시인이라고 생각해 보자. 길을 가다가 모양이 아주 기괴하게 생긴 뱀을 만났다. 이 생물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극을 만났을 때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위험에서 벗어날 테니까) 하지만 새로운 자극이 안정하다고 판단되면 경계심을 풀게 되고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즉, 더 안정감을 주는 것에 더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기대이론 (Prospective Theory)☆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자 카너먼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해 준 이론이다.
기대 이론의 대전제는 이렇다.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더 민감하다.'
원시시대 때 음식이 넘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음식을 발견했다고 생존에 미친 듯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음식을 구하지 못해 배가 고픈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고기 한 조각을 잃어버리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인간은 손실을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진화하였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동일한 크기의 이익과 손실에는 같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옮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인간은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래 문제에 여러분 스스로 답해 보기를 바란다.
문제 1: 다음 중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
무조건 900달러를 받거나 (A), 90퍼센트 확률로 1,100 달러를 받거나 (B).
문제 2: 다음 중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
무조건 900달러를 잃거나 (C), 90퍼센트 확률로 1,100 달러를 잃거나 (D).
위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하며 실험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 1에서는 A를 선택했고 문제 2에서는 D를 선택했다. 통계를 아주 조금이라도 안다면 문제 1에서는 B의 기댓값이 990 달러이니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무조건 B를 선택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득구간에서는 기댓값이 높은 B보다 확실한 이득인 A를 더 선호한다.
효용함수 그래프에서 1 사분면을 보면 그래프가 위로 볼록한 모양인데 이득이 증가할수록 그 심리적 가치 증가율은 더 줄어들게 된다. 즉, 900달러에서 1,100달러로 이득이 증가하더라도 실제로는 200달러 차이만큼 보다는 더 적은 심리적 가치차이를 느끼게 된다 따라서 확실한 900달러의 심리적 가치가 더 높기에 A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익 구간에서의 위험 회피 risk-aversion)
하지만 손실구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치 함수 그래프를 보면 손실구간에서 그래프가 이익 구간에 비해 훨씬 가파르며 아래로 볼록한 모양이다. 확실한 손해 900달러는 너무 괴롭다. 그리고 900달러의 손해와 1,100 달러의 손해의 심리적 가치차이는 크지 않다. 따라서 확실한 900달러를 손해 보느니 도박을 해서라도 손해를 피하려는 선택을 하게 된다. (손실 구간에서의 위험 추구 risk-seeking)
이 내용을 위의 가치 함수 그래프에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 하나로 인간의 모순적인 선택의 상당 부분을 쉽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전망이론은 구글에 Prospect Theory라고 치면 카너먼이 Econometrica에 등록한 논문이 나온다. 꼭 한번 원문으로 읽어 보시길 추천한다.)
무차별곡선과 소유효과
이제 전망이론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인간은 이득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낀다. 이런 전망 이론을 바탕으로 물건을 소유하기 전과 후에 사람의 심리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묘사한 '소유효과'라는 현상이 생긴다.
아래는 무차별 곡선이라 불리는 만족도, 즉 효용이 같은 두 재화의 조합을 연결한 곡선이다. 가로축은 연간 연차 일수이고 세로축은 연 소득이다. 즉, 연차를 많이 받으나 연봉이 조금 낮은 직업이나 연차는 적으나 연봉이 높은 직업의 만족도는 같은데 이러한 총만족도가 높은 지점을 이어서 만든 그래프이다.
엘버트와 벤은 동일한 회사에서 동일한 10일의 연차와 동일한 7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1 지점). 이들은 어느 날 연차는 그대로지만 연봉을 500만 원 더 높게 받을 것인지 혹은 연차를 10일 더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었다. 엘버트는 연봉을 택했고 (A 지점), 벤은 연차를 택했다 (B) 지점. 둘은 처음에는 연봉과 연차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 연봉 500만 원의 가치고 연차 10일의 가치를 동일하게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이 지나고 엘버트와 벤에게 연차와 연봉을 바꾸겠냐고 제안을 한다면 높은 확률로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500만 원과 연차 10일이 같은 가치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그 답은 기대 이론의 가치 함수 그래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민감하다. 엘버트가 연차를 택한다면 500만 원의 연봉을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연차 10일이 주는 이득보다 500만 원을 잃어버리는 손실에 더 민감하기에 엘버트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벤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기대 이론을 알게 되면 이해하기 힘든 인간의 행동의 많은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결정 가중치
만약에 똑같은 상금 1000만 원짜리 복권이 있다고 했을 때 확률이 높아질수록 그 복권의 가치는 확률가 비례해서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확률 증가 % 와 실제로 복권을 사려고 하는 심리적 가치는 비례관계로 움직이지 않는다.
복권의 당첨확률이 0퍼센트에서 1%로 늘어난다면 그 1%의 가치를 실제로는 5.5 %로 과대 평가한다. 이를 가능성 효과라고 한다.
또 복권의 당첨 확률이 99%에서 100%로 확실해진다면 실제로는 1%의 가치가 오른 것이지만 사람들은 8.8%의 가치가 올랐다고 판단한다. 이를 확실성 효과라고 한다.
이를 기대 이론과 조합하면 아래와 같은 표로 정리할 수 있다.
- 왼쪽 상단: 사람들은 큰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 전망 앞에서는 위험 회피 성향을 보인다. 그래서 도박의 기댓값보다 적은 금액을 무조건 받는 쪽을 흔쾌히 택한다.
- 왼쪽 하단: 가능성 효과를 나타내는 구간으로 복권이 인기 있는 이유를 말해준다. 당첨금이 아주 크면 복권을 사는 사람은 당첨 확률이 극히 낮다는 사실에 무관심하다. 복권이 없으면 당첨될 수 없고, 복권이 있으면 당첨 가능성이 있는데, 그 가능성이 극히 낮은지, 조금 낮을 뿐인지는 문제 되지 않는다. 물론 사람들이 복권에서 얻는 것은 당첨 가능성만이 아니다. 당첨의 달콤한 꿈을 꿀 권리도 함께 얻는다.
- 오른쪽 하단: 보험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기댓값보다 훨씬 많은 돈을 보험료로 지불한다. 보험회사가 비용을 충당하고도 이윤을 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여기서도 사람들은 거의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불행에 필요 이상의 돈을 쓴다. 걱정을 없애고 마음의 평화를 사는 셈이다.
- 오른쪽 상단: 인간이 맞닥뜨리는 많은 불행한 상황은 오른쪽 상단에서 일어난다. 아주 나쁜 옵션만 남았을 때 필사적으로 도박에 매달리면서, 큰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얻는 대가로 상황이 더 나빠질 높은 가능성을 떠안는다. 전쟁에서는 패배를 인정하기가 너무 힘들다 보니 패배하는 쪽은 상대편의 승리가 확실해진 순간이 한참 지났는 대도 싸움을 그치지 않는다.
경험과 기억
우리는 기억 자아는 소중히 대하면서 정작 경험 자아에는 무관심하다.
즐거운 경험을 위해 여행을 떠났는데 정작 사진만 잔뜩 찍고 돌아온 경험은 없는가?
인간은 기억 자아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위 내용은 인간이 '경험하는 자아' 즉 현재를 살아가는 관점과 '기억하는 자아'가 충돌할 때 대부분 기억하는 자아가 채택된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말해준다.
위 그래프는 환자 A와 환자 B에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마취 없이 진행하며 60초 간격으로 고통의 정도를 환자에게 기록하라고 요청하여 만든 그래프이다. 여러분이 봤을 때 검사가 끝났을 때 누가 더 그 과정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할 것 같은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환자 B가 훨씬 고통스럽다고 말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래프의 면적 즉 검사시간과 고통강도를 곱한 총 고통강도량이 환자 B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환자 A가 검사가 훨씬 더 고통스러웠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환자 A는 고통강도가 6으로 높은 상태에서 수술이 끝났지만 환자 B는 수술 강도가 조금씩 약해지면서 고통강도 1쯤에서 수술이 마무리되었다. 즉, 환자 A는 마지막에 느낀 6이라는 고통에 큰 가중치를 부여하였고 고통이 지속된 시간에는 큰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실험 내용은 경험과 기억을 혼동하는 인지 착각의 예시이다. 사람들은 경험을 기억으로 바뀌 치기 하는 탓에 행복하게 40분간 좋은 음악을 듣고서도 곡이 끝날 무렵 시끄러운 잡음을 들을 경우 "음악 감상을 통째로 망쳤다"라고 생각한다.
틀과 사실
많은 분들이 직관적으로 알고 있고 마케터라면 거의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같은 내용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선호도는 크게 달라진다.
A. 95달러를 딸 확률이 10퍼센트이고 5달러를 잃을 확률이 90퍼센트인 도박이 있다면, 하겠는가?
B. 100 달러에 꽝이 나올 확률이 90퍼센트인 복권을 5달러에 사겠는가?
위 둘은 결국 같은 질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A 보다는 B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나쁜 결과를 훨씬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는 도박에서 돈을 잃었을 때보다 복권을 사느라 비용이 들었는데 당첨되지 않았을 때다. '손실'은 '비용'부다 부정적 느낌이 훨씬 강하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 선택은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시스템 1이 사실에 매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위 사례는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선택을 유도하는 틀짜기 효과 (Framing Effect)의 한 예시이다.
인사이트를 주는 문구들
p.61. 일반적으로 '최소 노력 법칙'은 육체 활동뿐 아니라 정신 활동에도 적용된다. 이 법칙에 따르면,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여럿일 때 사람들은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에 끌리게 마련이다. 경제학에서 보면 노력은 비용이고, 기술 습득은 비용과 편익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에서 나온다. 그리고 게으름은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습성이다.
p.124 유독 인과관계를 두드러지게 인식하는 직관은 이 책에서 반복되는 주제다. 사람들은 통계 논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엉뚱하게 인과관계를 적용한다. 통계적 사고는 개별 사례의 결론을 낼 때 그 사례가 속한 범주의 특징을 고려한다. 안타깝게도 시스템 1은 이런 논리적 사고가 불가능하다. 오직 시스템 2만이 통계적 사고가 가능한데, 여기에 필요한 훈련을 받는 사람이 거의 없다.
p.137 (어떤 모의재판의) 참석자들은 상황을 정확히 인지했고, 따라서 일방적 주장만 들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쪽을 옹호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한쪽 주장만 들은 경우, 판단은 한쪽으로 쏠렸다. 게다가 한쪽 주장만 들은 참가자는 양쪽 주장을 다들은 참가자보다 판단에 더 확신을 가졌다. 이런 확신은 이용 가능한 정보로 자기가 직접 구성한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일관되다고 느낄 때 나온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낼 때 중요한 것은 정보의 일관성이지, 정보의 완성도가 아니다. 실제로 아는 게 적을수록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일관되게 구성하기가 쉬웠던 경험이 많을 것이다.
p.162 바꿔치기, 어림짐작과 관련한 말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이 후보가 이길 수 있겠는가였다.
그런데 그 후보가 인터뷰를 잘하는 가에 답하는 것 같다. 문제를 바꿔치기하지 말자."
p.194 집값을 두고 흥정을 할 때도 비슷한 전략을 볼 수 있다. 판매자는 우선 가격을 정한다. 게임이 대개 그렇듯이, 단일 협상(이를테면 구매자와 판매자가 결정할 문제는 가격뿐일 때)에서는 먼저 시작하는 쪽이 유리하다. 시장에서 물건을 흥정하면서 직접 겪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처음 던지는 기준점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p.267 (비행 훈련 교관인) 그가 관찰한 것은 '평균 회귀 regression to the mean'라고 알려진 것으로, 이 경우에는 비행의 질이 무작위로 들쭉날쭉했던 것에 불과하다. 교관은 당연히 평균보다 훨씬 잘한 생도만을 칭찬했다. 그러나 그 생도는 그날만 운 좋게 잘했을 수 있고, 따라서 그가 칭찬을 받았든, 안 받았든 나중에는 더 못할 확률이 높다. 같은 이치로, 교관은 생도가 평소보다 못했을 때만 이어폰에 대고 고함을 질렀을 테고, 따라서 생도는 교관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다음에는 더 잘할 확률이 높다. 교관은 무작위 과정에서 으레 생기게 마련인 변동을 인과관계로 해석한 것이다.
p.309 평균적으로 우연보다 약간 나은 성과를 올린 경영 지도자들을 열정적으로 묘사한 책을 사려고 공항 서점에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소비자들은 성공과 실패의 결정적 요인을 명확하게 언급한 글을 읽고 싶어 하고, 착각일지언정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p.497 "어떤 도박에서든 손실을 피하려는 여러분의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그러면 손해도 클 겁니다. 부디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 임종 직전입니까? 꽤 괜찮은 작은 도박을 만날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일까요? 물론 이와 똑같은 도박을 다시 만날 일은 거의 없겠지만, 여러분의 부에 비해 아주 적은 액수가 걸린 꽤 괜찮은 도박을 마주할 기회는 많을 겁니다. 그런 도박을 소소한 도박으로 이루어진 한 묶음의 일부로 볼 수 있다면, 그래서 경제적 합리성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는 주문을 외우는 연습을 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큰 금전적 이익을 볼 것입니다. 더러는 따기도 하고 더러는 잃기도 하면서 말이죠. 주문의 주된 목적은 소해 볼 때 감정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주문 효과를 신뢰할 수 있다면, 기댓값이 플러스인 도박에서 작은 위험률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때, 주문 효과를 떠올려야 합니다. 주문을 외울 때 다음 요건을 명심하십시오.
- 주문은 어러 건의 도박이 서로 독립적일 때 효과가 있다. 똑같은 산업에서 동시에 투자를 여러 건 할 때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서, 한꺼번에 손해를 볼 수도 있다.
- 손실이 발생해도 전 재산을 잃을 염려가 없을 때만 효과가 있다. 손실 발생이 곧 경제적 미래에 적신호가 된다면, 조심하라!
- 승산이 매우 낮은 도박에는 그 주문을 외워서는 안 된다.
이 요건에 맞는 감정 훈련이 되어 있다면, 작은 도박을 하나씩 따로 떼어 생각하는 일도, 작은 도박에서 손실을 회피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임종에 들기 전까지는, 어쩌면 임종 때까지도 일이죠."
실천 불가능한 조언이 아니다. 금융시장의 노련한 거래인들은 이를 실천하면서, '넓은 틀짜기'로 손실의 고통을 피하며 살아간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전문 거래인처럼" 생각하도록 유도하면 (특정 맥락에서) 손실 회피를 거의 없앨 수 있다.
국부론과 생각에 관한 생각을 동시에 읽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주체에 대한 두 거장의 관점을 서로 비교하는 과정 속에 세상을 더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안경'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온 이론 하나하나는 그가 대학에서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서 연구한 결과물들이다. 그가 얻은 인사이트를 한 권을 책을 통해서 이렇게 쉽게 얻게 해 준 대니얼 카너먼 교수님에게 정말 감사할 뿐이다.
'머니 인사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부론 (애덤 스미스) - 당신의 두뇌 능력을 10배 키워줄 책 (1) | 2023.11.18 |
---|---|
딱 맞게 풀어쓴 국부론 - 자유기업원 (1) | 2023.11.01 |
이웃집 백만장자 - 당신이 알던 부자는 진짜 부자가 아니다 (1) | 2023.10.14 |
서울 부동산 절대 원칙 - 상품 경쟁력 있는 서울에 투자하라 (0) | 2023.10.08 |
자본주의 - 쉬지 않고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가 (3) | 2023.10.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