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인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자본주의'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했다가 EBS 다큐프라임에서 제작한 5부작 '자본주의'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은행이 탄생한 역사와 자본주의의 탄생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대충 보고 넘겼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월부 카페 추천도서로 이 책이 계속 언급되어 있어서 다시 한번 자본주의의 작동원리를 이해하자는 생각으로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을 더 늦기전에 읽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에 대해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부분들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수 있었고 책의 부제와 같이 '쉬지 않고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고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 금융지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책은 아래와 같이 총 5개의 파트로 구성이 되지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Part 1. 자본주의의 비밀, Part 3. 소비 마케팅의 비밀에 대한 내용만 다뤄 보려고 합니다.
Part 1. '빚'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자본주의의 비밀
Part 2. 위기의 시대에 꼭 알아야 할 금융상품의 비밀
Part 3. 나도 모르게 지갑이 털리는 소비 마케팅의 비밀
Part 4.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할 아이디어는 있는가
Part 5. 복지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Part 1.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자본주의 비밀
물가가 오르기만 하는이유?
지금부터 50년 전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은 15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그릇에 최소 7000원은 줘야 먹을 수 있죠. 학창 시절 경제학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은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배웠습니다. 짜장면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수요와 공급 법칙으로 해석하려면 짜장면에 대한 수요가 50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났거나 짜장면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줄었거나 아니면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동시에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죠. 인구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466배나 증가하지는 않았죠. 50년 전에 비해 사람들이 식욕이 466배나 증가하지도 않았습니다. 짜장면의 원료도 시간이 지나면서 공급이 증가하면 증가했지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즉, 짜장면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인플레이션을 해석하려면 수요와 공급 원리가 아닌 '통화량'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비밀은 돈의 양이 계속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통화량은 계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화량 증가가 멈추는 순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며 경기 침체를 맞이하게 됩니다. 통화량이 증가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시 한번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전에 은행이 탄생한 역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은행이 탄생한 역사
은행은 영국 사람들이 17세기 영국의 금세공업자에서 금을 보관하던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금을 보관하면 금세공업자는 종이 영수증을 발급해 줬는데 이것은 맡겨놓은 금에 대한 영수증이었습니다. 금을 빌리는 사람과 맡긴 사람 모두 종이 영수증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휴대하기 쉽고 금을 도난당할 염려가 없었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로 금 보관증이 화폐의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때 금세공업자는 금을 맡긴 사람들이 한 번에 맡긴 금화를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맡겨준 금화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로 합니다. 은행이 탄생한 것이죠. 심지어 이들은 금고의 금보다 10배나 많은 보관증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금세공업자가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을 보고 사람들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몇몇 부유한 예금주들은 자신의 금화를 인출해 가져가 버렸습니다. '뱅크런'이 발생한 것이죠.
이때 영국 왕실이 개입합니다. 전쟁으로 많은 자금이 필요했던 왕실은 은행이 '가장의 돈을 만들어 대출 영업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허락해 줍니다. (은행 이름에 들어간 Chartered라는 말은 '면허받은'이라는 뜻으로 정부로부터 가상의 돈을 찍어 낼 수 있도록 면허를 받았다는 뜻입니다.) 당시 영국 왕실은 금 보유량의 3배까지 대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습니다. 공식적인 은행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통화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
다시 짜장면 이야기로 돌아가면 자본주의에서 통화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자'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에는 '이자'라는 것이 계산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섬에서 중앙은행 A가 연 5%의 이자로 1만 원의 대출을 B에게 발행합니다. B는 C에게 배를 구입한 뒤 물고기를 잡아서 돈을 법니다. 이때 1년 뒤 B는 중앙은행에게 1만 500원을 갚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섬에 있는 총통화량이 1만 원뿐이기 때문이죠. 자본주의 체제 금융시스템에서는 이자가 없다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합니다.
그러면 B가 돈을 값이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500원의 대출을 D에게 발행해야 합니다. B는 물고기를 잡아서 500원 치 물고기를 D에게 팔아 이 돈을 중앙은행에 이자로 값아야 합니다. 하지만 D 역시 500원에 대한 이자인 25원을 값아야 만 합니다. 이자와 원금을 값으려면 중앙은행이 또 누군가에게 대출을 발행해야 하고 D도 원금과 이자에 대한 금액을 새로운 대출자의 지갑에서 내 지갑으로 가져온 뒤 갚아야 됩니다. 즉, 자본주의 금융에 이자는 계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통화량을 계속 늘려야만 시스템이 유지 되게 됩니다.
통화량이 이렇게 계속 늘어나면서 통화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은행은 대출 이자를 통해 통화량을 조정하거나 국채를 매입하면서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으로 통화량을 조정합니다.
내가 대출이자를 갚으면 누군가는 파산하는 이유
앞에서 봤던 로저 랭그릭의 섬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시민 B는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린 돈 1만 500원을 갚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고, 실제 섬에 있는 1만 500원을 모두 벌어서 빚과 이자를 다 갚았다고 해보자. 그러면 500원을 빌린 시민 D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돈을 갚을 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파산한다.
이는 곧 '내가 이자를 갚으면 누군가의 대출금을 가져와야 한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현대의 금융시스템에서 빚을 갚는 것은 개인에게는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돈이 적게 돌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결국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는 것이다. 돈이 부족해지는 디플레이션이 언젠가는 오게 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자가 없다'는 말은 '누군가는 파산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돈이 빚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파산하게 될까. 당연히 수입이 적고 빚이 많은 사람들, 경제 사정에 어두운 사람들, 사회의 가장 약자들이 파산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시스템에는 없는 '이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한, 우리는 다른 이의 돈을 뺏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만 한다.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매일 '돈, 돈, 돈'하며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전부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
자본주의와 의자 앉기 놀이의 공통점
결국 이자에 대한 돈만큼 새로운 돈을 대출해야 시스템이 유지되지만 실제의 돈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의자 앉기 놀이도 사람수보다 작은 의자만 있습니다. 누군가 이자를 내지 못하는 순간 신용불량자가 되어 파산합니다. 내가 돈을 빌렸다면 이자를 내기 위해 남의 돈을 가져와야만 합니다. 자본주의가 이런 규칙 때문에 남의 주머니에서 내 주머니로 돈을 가져오기 위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으며 약자는 도태되고 강자만 더 강해지는 양극화 현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FRB는 국영 기업이 아니다
현재 세계 기준통화는 달러입니다. 그리고 이 달러의 통화량을 조정하는 곳은 바로 미국 FRB (Federal Reserve Bank)입니다. FRB는 Federal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와 달리 미국 은행가들이 모여서 만든 사기업입니다. FRB는 미 정부를 가장 큰 고객으로 하고 있는 영리 집단이라는 뜻입니다. 통화량을 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기에 이들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할 수 있습니다. 영리 기업이기에 이들의 결정은 결국 본인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정하게 됩니다.
세계경제를 어항 안에 든 물고기라고 한다면 FRB는 통화량을 늘려 물고기를 살찌우고 물고기끼리 경쟁을 시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를 창출하게 합니다. 그리고 수확의 시기가 되어 어항의 물을 빼면 물고기들은 잡혀 먹는 순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죠. 여기서 어항 속의 물은 바로 '유동성'입니다.
우리가 큰 그림 안에서 돈의 흐름을 보지 못한다면 결국 제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의 지급 속 돈이 사라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작부터 잘못된 통화정책과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그 첫 번째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빚으로 만든 돈을 흥청망청 써버린 우리의 잘못도 크다. 분명한 건 돈이 돌아가는 원리를 모르면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돈은 빚이다. 이자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질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파산을 해야 누군가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Part 3. 나도 모르게 지갑이 털리는 소비 마케팅의 비밀
소비의 90%는 무의식이다
Part 1. 에서 자본주의의 원리를 큰 틀에서 이해했다면 Part 3. 에서는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이 소비를 촉진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업은 소비자의 무의식을 자극하며 소비자도 모르게 소비를 촉진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 무의식을 소비자가 어릴 때부터 조정하기 위해 키즈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성인이 된 우리의 소비 습관과 성향은 이미 수십 년간 진행된 '키즈 마케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합리적으로 결정해서 소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었던 습관의 산물로 소비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부모는 상당수가 아이들의 영향에 의해 소비하고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놀라운 비밀 중의 하나이다.
소비 마케팅의 진실
대형 마트에 들어가 보면 우리가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구매자의 소비를 최대한 자극하기 위한 장치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 방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도록 되어있다. -> 사람들은 대부분 오른손잡이라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도록 설계해야 상품을 더 집어 들기 쉽다. 실제로 반시계 방향으로 매장을 돌 때 7% 더 많이 구매한다고 합니다.
- 쇼핑 카트의 크기를 필요 이상으로 크게 설계한다. -> 쇼핑 카트가 클수록 더 많이 구매하게 된다.
- 한국 마트의 시식 코너. -> 무언가의 냄새를 맡으면, 감각을 자극하고 오감 모두를 통해 허기를 더 느껴서 더 많이 사게 된다.
소비는 심리이다
" '아무도 나하고 다음번에 토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들은 동전을 훨씬 더 크게 그렸습니다. '돈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필요이상의 소비는 심리에 의해 작동됩니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러한 심리를 기가 막히게 조정을 하죠. 과소비의 원인은 결국 이상과 현실의 내 모습 사이의 간극을 소비를 통해 극복하려는 무의식에 의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멋진 차와 멋진 옷을 입으면 지금보다 더 이상적인 모습이 될 내 모습을 상상하며 신용카드를 긁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식의 소비는 절대로 만족감을 충족시켜 줄 수 없습니다. 소비로 인한 기쁨은 잠시이며 이런 간극을 지속적으로 채우기 위해 빚의 늪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뛰어난 사람에게 돈을 넘기며 본인은 도태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책 '자본주의'는 다큐멘터리에 포함된 내용뿐만 아니라 더 부가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자본주의를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책의 저자이자 PD인 정지은 프로듀서는 10여 년간 약 1천여 권의 경제학 서적을 섭렵했다고 합니다. 그 노력의 산물을 책 한 권의 가격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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