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이 시작된 18세기부터 현재까지 주식시장의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그 발전이 어떤 생각에 의해서 촉진되었는지를 총 망라한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이대규 님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년간 증권거래소에 재직했습니다. 증권거래 현장에 몸담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주식시장의 변화과정을 하나하나 곱씹어 가며 독자들이 이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에서 어떤 투자자가 되어야 할지에 대해서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간단한 내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식시장, 선물, 옵션, 인덱스펀드, ETF: 왜 생겨 났을까?
주식 시장이 처음 시작된 곳은 네덜란드였습니다. 당시 동인도 회사에서 양도할 수 있는 증권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현재 주식 시장의 시초가 된 것이죠. 그 이전에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수출품을 배에 싣고 판매한 후 그 이익금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면 투자는 끝이 나는 구조였습니다. 이런 투자 형태로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수익을 얻기까지 투자금에 대한 환금성에 제약을 받게 되고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인 자금을 공급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증권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생기면서 투자금이 적재적소에 원활하게 움직이게 되고 주식 시장이 도입된 네덜란드 그리고 영국과 같은 나라는 경제적인 부흥을 맞이하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1792년 5월 17일 미국 뉴욕의 버튼우드 나무아래에서 24명의 브로커가 모여 증권 수수료를 증권 가치의 0.25% 미만으로 매매하지 않을 것과 서로에게 거래 우선권을 주는 것에 대한 협약을 체결합니다. 이것이 미국 증권거래소의 시작을 알리는 '버튼우드 협약'이죠. 이 협약이라는 게 사실 브로커의 이익을 챙기자는 취지로 체결이 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월스트리트라는 커다란 금융 시장으로 발달하게 된 것이죠.
시간은 흘러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승전국들이 미국 뉴햄프셔주 브렌턴우즈에 모여 통화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합니다. 이를 '브렌턴우즈 체제'라고 하는데 이 체제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를 일정 비율로 금과 교환할 수 있게 한 제도였습니다. 즉, 달러의 가치는 금의 가치에 고정된 것이죠. 이때까지는 무역거래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미국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찍어낸 달러를 금으로 바꿀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닉슨이 달러를 금으로 태환 하는 것을 금지하면서부터 변동환율 시대가 도래하게 됩니다.
변동환율 때문에 무역거래상 입장에서는 환율변화라는 리스크를 관리해야 될 니즈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리스크를 막기 위해 '선물'이라는 제대가 생겨납니다. 내가 곡물을 수출하는 수출업자라면 미래에 곡물을 수출하는 시점에 환율이 높아진다면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때 통화선물시장을 이용해 미래환율을 고정시키면 걱정 없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겠죠. 결국 시대상에 따른 필요에 따라 금융상품들이 하나씩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어떤 문제에 대한 엉성한 형태의 해결책을 '클루지(Kluge)'라고 하는데 금융 시장의 파생상품 역시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완벽하진 않지만 적당한 해답인 클루지가 아닐까 싶네요.)

선물 시장이 생겨나면서 미래 상품 가격을 예측하며 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 생각하면 롱포지션, 내릴 것이라 생각하면 숏포지션을 잡으면서 수익을 챙기는 투기꾼 또한 생겨나게 됩니다. 하지만 시카고 선물 거래소 (CME, Chicago Mercantile Exchange)에서는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논문을 근거로 들며 투기거래가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리를 폅니다. 투기거래자는 가격이 오르면 하락에 배팅해 매도하여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가격이 내리면 상승에 베팅해 매수해 가격의 지나친 하락을 방지한다는 것이죠.

옵션은 주식 시장에서 리스크를 막으려는 일련의 노력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옵션을 구매한 사람은 만기일이 도래했을 때 원하는 주가가 아니면 옵션을 사용해 주가를 방어하면 됩니다. 대신 옵션 구입비용만큼은 손해를 보게 되겠죠. 옵션도 콜옵션 매수, 콜옵션 매도, 풋옵션 매수, 풋옵션 매도라는 4개의 조합을 통해 선물매수 혹은 선물 매도와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이 나오면서 점점 더 복잡한 금융상품이 나오기 시작하죠. 증권 거래소 입장에서는 이런 파생상품이 수수료를 벌어다 주니 파생 상품이 생겨나는 것을 마다할 이유도 없고요.

인덱스 펀드는 다들 잘 아시겠지만 코스피 지수 등 타켓 지수를 추종할 수 있도록 만들어둔 펀드입니다. 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도 코스피를 대표하는 종목을 기계적으로 매수하면서 상품을 만들면 되니 수수료도 작고 또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분산 투자를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ETF의 탄생으로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되었고요.
이콘 vs 휴먼
경제학에서 끊임없이 화두가 되는 주제 중 하나가 '시장은 과연 효율적인가?' 하는 것입니다. 또 효율적이라면 얼마나 효율적인가라는 문제 또한 논의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고요. 시장을 이상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완전히 조절된다고 생각을 하면 경제적인 현상을 쉽게 해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자체가 감정적인 동물이며 인간 활동의 합인 거시 경제가 엄청나게 효율적이고 정보의 비대칭도 없다는 말은 비현실적인 말이기도 합니다.
시카고대학교 교수인 유진파마는 효율적 시장가설을 주장했습니다. 효율적 시장은 중요한 정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주가가 새로운 정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변하는 시장입니다. 만약 증권사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처럼 시장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찾고 분석하는 사람들만 시장에 남아있다면 시장은 극단적으로 효율적으로 변하겠지만 모든 정보가 이미 가격에 반영되므로 시장의 패턴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가 없게 되는 역설이 발생하게 됩니다.
시장에 비효율이 있어야 누군가는 돈을 버는 구조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겠네요.

한편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다면 즉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면서 심리학과 경제학의 만남인 행동경제학이 생겨나게 됩니다. 행동 경제학 중 유명한 이론 중 하나가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입니다. 전망이론의 핵심은 인간은 이익이나 손실이 커질수록 이익과 손실에 둔감해지고 이익보다는 손실에 민감한다는 것입니다. 아래 가치함수 그래프를 보시면 이익구간보다 손실구간의 그래프의 기울기가 더 가파릅니다. 그리고 이익 그래프는 위로 볼록, 손실 그래프는 아래로 볼록한 모양이죠.
이익보다 손실에 민감하기에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음에도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매도를 하며 손실을 봤을 땐 쉽게 손절하지 못합니다. 손실을 확정하면서 느끼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죠. 이런 인간 심리를 이해하면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출렁거리는 주가 이면의 인간의 욕망과 공포를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가치투자 vs 기술적 분석
주식시장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쟁점 중 하나가 가치투자와 기술적 분석 중 어떤 투자법이 더 수익률이 높냐입니다. 하지만 결국은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추는 것이 좋을 것이고 한 투자방법이 아닌 서로 보완할 수 있는 투자원칙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식 대가들의 투자방법도 결국 성향에 따라 다양합니다. 다만 투기는 지양해야 합니다. 투자는 내재가치를 근거로 하는 거래이며, 투기는 내재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거래인 점을 꼭 기억해야 할 것 같네요.


버핏은 가치와 가격의 관계로 투자와 투기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투자'는 적어도 지불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이며, '투기'는 조만간 더 높은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알면서도 산출된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즉 주식의 가치보다 낮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투자고, 곧바로 폭탄 돌리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투기라는 것이다.
투자 대가들의 관점을 이해하라
벤저민 그레이엄
흔히 '넷-넷'투자로 불리는 이 방식은 투자종목을 선정할 때 기업이 보유한 건물이나 설비 등 유형고정자산의 가치는 아예 고려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처럼 그레이엄은 미래의 이익 창출력은 불확실하므로 현재까지 축적된 기업의 자산을 기초로, 그것도 안전마진을 강조하여, 기업 청산과 같은 상황을 가정하고 평가한 값을 주식 가치의 대용치로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필립 피셔
그는 1958년 출간된 '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에서 저평가된 주식이 제 가치를 찾아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거릴 뿐만 아니라 투자수익률도 성장주에 비해 낮다고 지적한다. 그는 염가주식보다는 성장하는 기업의 주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수하는 방법을 선호했다.
워런 버핏
그는 그레이엄에게서 내재가치나 안전마진과 같은 가치투자의 개념을 배웠지만, 염가주식을 사서 적당한 이익을 보는 '담배꽁초식 투자 cigar butt approach to investing'을 버리고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가진 탁월한 기업의 주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존 템플턴
"존 템플턴은 오랫동안 성공적인 것으로 증명된 모든 종목 선정 방법은 널리 채택되어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일제히 그 방법을 쓰면 효과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시장가격이 순운전자본이나 재고보다 낮은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처럼 벤저민 그레이엄이 증권분석에서 자세히 다룬 널리 입증된 종목 선정방법을 쓰기로 했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그 기준에 맞는 주식을 찾기 힘들 것이다. 요컨대 여러분이 염가주식을 고르는 데 단 하나의 방법만을 쓴다면 여러분은 다른 곳에 있는 명백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월리엄 오닐
한편 오닐은 주가순이익비율 PER을 기준으로 주식의 고평가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보다는 주당순이익 EPS이 얼마나 큰 폭으로 증가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오닐은 가치주 투자자라기보다 성장주 투자자라고 할 수 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시장이 좋은 소식이나 나쁜 소식에 대해 얼마나 강하게 반응하는가는 단 하나의 질문에 달려 있다. 즉 증권이 완숙한 거래자의 수중에 있는가, 아니면 심약한 거래자의 수중에 있는가? 증권이 심약한 거래자의 수중에 있다면 매우 좋은 소식이 있어도 별다른 영향이 없다. 반대로 나쁜 소식은 폭락으로 이어진다. 반면 완숙한 거래자가 주식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면 좋은 소식은 매우 행복한 영향을 미치지만 나쁜 소식은 아무런 반응도 일으키지 못한다. 나는 첫 번째 상황을 '과매수시장', 두 번째 상황을 '과매도시장'이라고 부른다.

이 책 '400년 주식시장 절대지식'은 주식 시장에 대해 덤덤하게 설명하면서도 증권 거래소에서 재직했었던 저자의 투자 조언이 양념처럼 간간히 묻어있는 책이었습니다. 아마 주식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라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 중 상당수를 알고 있을 것이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 같습니다. 저 같은 주식 초보에게는 주식 시장의 큰 흐름을 짚어 볼 수 있는 기회였고요.
특히 투자대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 필립 피셔, 워런 버핏, 존 템플턴, 월리엄 오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투자 전략을 요약해 둔 파트는 한 번쯤 읽고 되새겨 볼만했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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