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 시장 관련 아주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은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책의 제목은 '모르면 당하고 알면 돈 되는 여의도 선수들의 비밀'입니다. 주식시장은 많은 사람들의 이권이 오고 가는 곳이며 누군가 돈을 번다면 누군가는 돈을 잃게 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공정한 거래를 하기 위한 많은 제도적인 장치가 있지만 실상은 정보가 더 많은 쪽이 훨씬 돈을 벌기 좋은 것이 현실입니다.
리딩방 사기 사건, 기업 사냥꾼의 M&A, 주가 조작 사건, IPO 몸값 부풀리기, 분식 회계 등 누군가는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련의 계획을 세워 교묘하게 실행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미리 주가를 올릴 종목을 차명계좌로 선행매매를 해둔 뒤에 언론사에 해당 기업 관련 호재 뉴스를 보도하게 하여 주가를 올린 뒤 개미들이 몰리면 수익을 실현하고 빠지는 수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건의 희생자는 항상 정보가 한발 느리고 투자 금액이 적어 시장을 움직이기 힘든 개미, 즉 소액투자자들이죠. 이런 기법들을 모르고 언론사 뉴스기사의 호재 보도만 보고 순진하게 투자를 한다면 손실을 볼 확률이 커지게 될 것입니다.
이 책 '여의도 선수들의 비밀'의 저자인 이대호 님은 와이스트릿의 대표이사입니다. 19년째 언론계에 몸담으면서 돈이 출발하는 현장인 한국은행부터 돈이 증발하는 현장인 사기, 상장폐지 현장까지 경험하며 증권사에서 일어나는 많은 비밀들을 알고 있는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증권사 뒤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한번 따라가 보시죠.
1. 애널리스트는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에 속해있다. 총책임자는 리서치센터장이고 상무나 전무급이다.
2. 애널리스트는 방송출연을 꺼린다. 애널리스트가 자신이 맡은 분야이고 보고서로 발간한 내용에 대해서만 언급할 수 있는데 이를 컴플라이언스라고 한다. 일이 바쁘기도 하고 방송출연 시 컴플라이언스 위반에 대한 리스크가 있기에 방송 출연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3. 반면 펀드매니저는 방송출연을 선호한다. 자신이 운용하는 상품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증권사는 중개 수수료로 돈을 번다. 애널리스트는 직접적인 수입원이 없고 본인이 작성한 기업보고서를 보고 고객이 본인의 증권사를 통해 증권 거래를 하도록 하여 증권사에 수익을 안겨준다.
5. 위와 같은 이유로 애널리스트가 발간하는 기업 리포트에는 매수의견만 있지 매도의견은 거의 찾기 힘들다. 거래를 일으켜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위주로만 매수의견을 적는 것이 이들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도 의견을 낼 경우 해당기업이나 투자자로부터 컴플레인을 받을 리스크도 있기 때문이다.
6. 펀드매너저가 투자상품을 만드는 생산자라면 증권사는 이를 고객에게 팔아주는 유통상과 같다. 상품을 증권사에서 팔아주다 보니 보통 증권사가 투자운용사보다 갑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펀드매니저가 증권 거래 주문을 낼 때는 투자운용사가 갑이 된다.
7. 유사투자자문업체 (e.g. 리딩방 등)에서 1대 1 자문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들은 일대 다수 자문밖에 할 수 없다.
8. 리딩방에서는 호재 뉴스 등으로 시간 외 거래를 통해 개장을 하자마자 가격이 오를 종목을 선정해 사람들에게 뿌리고 마치 본인들이 미래 주가를 예측한 것처럼 포장하는 수법을 쓴다. 마치 미리 답안지를 보고 문제를 푼 것을 본인의 실력으로 푼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다.
9. 증권사 영업지점에서도 본인이 관리하는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다. 즉, 고객이 A라는 펀드를 가입했다면 증권사에서는 A라는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 베끼기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10. 증권사는 유상증자와 블록딜이라는 정답이 나온 시험을 통해 돈을 번다.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기존 주식 가치가 희석되므로 보통 주가가 떨어진다. 미리 유상증자가 될 종목을 사둔 뒤 공매도를 쳐두면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주식을 한 번에 많은 양을 파는 블록딜의 경우 보통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된다. 이 때문에 블록딜이 성사되면 주가는 내려가게 된다. 이 블록딜 정보를 입수하고 공매도를 친 뒤 주가가 내려가면 돈을 벌게 되는 구조이다.
11. 주식시장에는 정보의 편차가 크게 존재한다. 보통 IR때 개미투자자는 참여하기 힘들다. 펀드매니저는 열심히 기업탐방을 다닌다. IR 설명회에서는 공시자료로 얻을 수 없는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 IPO 진행 전 수급조사를 하는데 공모 예정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구매 예상단가를 적게 적으면 상장 시 그만큼 적은 수의 주식만 공모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요처에서는 최대한 높은 가격을 적어낸다.
13. 주가 조작에는 대부분 선행매매 (혹은 선취매)가 동반된다. 미리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여러 차명계좌를 이용해 매수해 둔 뒤 언론사를 통해 해당 기업 호재 뉴스를 퍼트린다. 주가가 오르고 거래량이 오르면 미리 사준 주식을 조금씩 혹은 전부 내던지며 수익을 실현한다.
14. 주가 조작에는 몇 가지 은어가 있다. '주포'는 총괄기획자, '쩐주'는 실제 돈의 주인, '화가'는 차트를 그림 그리듯이 그리는 사람, '바지'는 바지사장, 매매를 실행하는 '기술자', 언론에 호재를 뿌리는 '바람잡이'가 그 예시이다.
15. M&A를 경쟁입찰로 실행할 때 기업인수 목적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정보를 얻기 위해 참가하는 기업들도 있다. 고액의 기업을 넘길 인수자를 찾는 행위이기에 M&A과정에는 기업 실사, 경영진 PT 및 면담, 현장 방문 등이 진행된다. 이때 고급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16. A라는 기업이 낸 입찰에서 떨어진 C라는 업체가 고의적으로 A 기업의 비밀을 언론사를 통해 유출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기업 간 계약에는 비밀유지조약 (NDA)가 동반되는데 입찰에 성공한 B라는 업체를 비방할 목적으로 A 기업의 민감한 정보를 유출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A와 B의 계약이 깨지게 되면 자동적으로 C 업체가 다시 계약을 따낼 수 있는 것이다.
17. 언론업계에도 취재 도매상이 있다. 이들은 뉴스 통신사로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 1등이 있다. 이들로부터 기사와 사진을 사 와서 기사를 뿌릴 수 있다.
18. 기업이 언론사의 IR클럽에 가입을 하면 해당 언론사에서는 IR클럽에 가입한 기업 관련 좋은 뉴스만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 IR클럽 가입을 위해서는 비싼 금액을 언론사에 지불한다. 즉, 기업이 언론사의 큰 고객이기 때문이다.
19. 은행직원들이 유독 친절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KPI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ISA가 유행이면 ISA를 더 많이 팔수록 KPI 가점이 올라간다. 은행 직원들은 예금을 맡기러 온 고객에게 ISA 가입을 한 번이라도 더 물어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서점에서 보고 짧게 훑어봤을 때는 '이거 다 아는 내용 아닌가?'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완독을 하고 나니 생각보다 주식시장 뒤편에서 움직이는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주식투자를 시작하시기 전 교양서적으로 꼭 한번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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